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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운트>는 진선규 배우에게 많이 의존하는 영화다.


요즘 영화관이 참 어렵다고 합니다. <범죄도시3>가 개봉10일차에 670만 관객수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지만 그외에는 모두 참담한 기록을 내고 있습니다. 기대작이었던 <드림>도 관객수 120만을 채우지 못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카운트>도 손익분기점 150만(마케팅비 포함)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39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는데요. 이 영화, 조금 뻔하기는 하지만 또 아주 별로인 영화는 아닙니다. 생각할거리가 꽤 있어요.

 
실화 바탕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미들급, 한국의 박시헌 선수와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 선수의 결승 경기가 열립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로이 존스 주니어는 86대 32로 상대를 압도했음에도 불구하고, 3명의 심판 중 2명이 박시헌을 승자로 선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국제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고, 심판들이 편파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 국제복싱연맹(AIBA)은 복싱의 점수 체계를 전면 개편하였고, 전자 점수판이 도입되었습니다.
 훗날 1997년 IOC에서는 '한국 측의 심판 매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박시헌의 승리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MBC에서 방영했던 히스토리 후에 따르면 88올림픽 당시 2위였던 동독 측이 3위였던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심판을 매수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선수 본인도 졌다고 생각한 경기가 뒤집혀 논란이 된 것은 맞지만, 이것이 선수 본인의 도덕적 결함 때문이 아니라 제3의 집단이 개입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전국민의 욕을 먹게 된다면?

 영화 <카운트>의 주인공 이름도 박시헌(진선규 분)입니다. 실화를 각색하여 영화를 냈다는 이야기죠. 영화 시작 시점에서 주인공 시헌은 이미 전 국민에게 비난의 대상입니다. 누가봐도 불리했던 올림픽 결승에서 금메달을 땄거든요. 나라 망신이라며 부끄러워한 국민들은 시헌 개인이 심판을 매수했다고 생각하죠. 결국 스스로도 결과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평생 해왔던 복싱을 그만두는 것으로 책임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경상남도 진해의 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평생을 사랑하면서 해온 일을 다른 누군가에 의해 그만둬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런데 그 다른 누군가가 '전 국민'이라면요? 극중 시헌은 이런 말을 합니다. '이 금메달이 은메달이었으면 얼마나 좋겠노'. 그렇습니다. 올림픽 결승에서 상대방이었던 로이 존스 주니어는 복싱 역사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천재 복서, 레전드 오브 레전드입니다. 분명 박시헌 선수가 은메달을 땄어도 두고두고 '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회자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은메달을 딴 로이 존슨 주니어는 복싱 레전드가 되었고, 금메달을 딴 박시헌 선수는 스스로도 경기 결과에 납득을 하지 못하고 은퇴하게 되죠. 그렇게 22살의 젊은 복서는 꽃을 다 피우지도 못하고 져버립니다.

 
영화의 제목이 <카운트>인 이유

 복싱에서 카운트는 선수가 다운되었을때 진행됩니다. 넘어져 있는 상태에서 경기를 지속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숫자를 열까지 세는 행동을 말하죠. 극 중에는 시헌이 제자인 윤우(성유빈 역)에게 복싱 중 카운트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복싱에 카운트가 있는게 얼마나 좋은가, 넘어져 있어도 일어날 기회를 준다. 숫자를 열까지 세는 동안 천천히 쉼호흡하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라고 말이죠.
 이 영화는 넘어져있던 시헌과 제자들이 다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올림픽 이후 '고장나'있던 시헌, 편파판정의 피해자로 복싱을 그만두려고 하는 윤우, 친구를 괴롭히던 양아치 제자들과 괴롭힘 당하던 복만, 그리고 눈에 거슬리면 아무나 다 때리고 다니는 병욱까지. 어찌됐던 정상적인 길에서 벗어나 조금씩 아파하고 있던 그들은 복싱을 통해 다시 일어서고자 합니다.


결론

 영화 <카운트>는 분명히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따지고 보면 주제가 제법 무거운데 흥행을 걱정했는지 팝콘 무비처럼 만드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 또 아예 팝콘 무비로 만들면 되는데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전기 영화의 특성이 일부 들어가요. 이 양자 사이의 입장 정리가 되지 않는 바람에 조금 밋밋한 영화가 되버렸습니다. 마치 동화 같달까요. 좀 전형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먹을 정도로 나쁜 영화는 아닙니다. 가지고 있는 주제 의식은 꽤 가치있거든요. 팝콘 무비로 만들려고 노력했던 흔적인 유머 역시 타율은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진선규 배우는 이런 역할에서는 확실히 자리 잡은 듯 해요. <카운트>는 최근에 거의 모든 OTT에서 영화 시청이 가능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싶은 당신, 오늘 이 영화 <카운트>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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