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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즈니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 개봉과 맞물려 '정치적 올바름', '인종 차별' 논란이 뜨겁습니다.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지만 다시 한 번 뜨겁게 논의되고 있네요. 항상 그렇지만 인터넷에서의 논의는 선이 없어요. 마치 누가 상대에게 상처를 더 잘 줄 수 있나 대결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차별에 대해 다룬 이야기, 서로를 보듬어주는 이야기인 영화 <그린북>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차별의 한복판으로 뛰어들다
<그린 북>은 2018년에 개봉한 휴먼드라마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뉴욕의 나이트클럽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떠벌이 토니(비고 모텐슨 분)는 나이트클럽이 영업정지 된 2개월 동안 돈을 벌기 위해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분)의 운전기사를 하게 됩니다. 1962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여전히 인종 차별이 심하던 미국 남부로 콘서트 투어를 떠나게 되죠.
그 당시 미국은 인종 분리정책인 짐 크로우 법으로 인해 사회적인 차별이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흑인들은 여행 도중에 먹거나 쉴 곳을 찾기 어려웠는데요. 특히 미국 남부 지역에서 숙박할 장소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고 하네요. 당연히 토니와 셜리는 미국 투어에서 인종차별과 관련된 다양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상반된 두 사람
영화 <그린 북>은 영화 전반에 걸쳐 '대조(contras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백인 운전기사'와 '흑인 고용주'는 미국의 '북부'에서 '남부'로 떠나게 되는데요. '주어진 상황에 즉흥적으로 대처하며 살아가는' 토니와 '자신의 가치관과 규칙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셜리는 사사건건 충돌하게 되죠.
남부로 떠나는 차 안에서 '떠벌이 토니'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그것도 비속어를 섞어서, 발음을 흘리면서 말하죠. 반면, 사색을 좋아하고 신문을 주로 읽는 '닥터 셜리'는 좀 조용히 가고 싶어합니다. 토니의 비속어나 발음은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죠.
토니는 토니대로 셜리가 답답합니다. 흑인인데 흑인 가수들의 노래는 전혀 모르고,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도 먹어본 적이 없죠. 후라이드 치킨을 맨손으로 집어서 먹는 것을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셜리가 답답하기만 합니다.
토니의 삶과 변화
떠벌이 토니는 백인이긴 하지만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서 하류층의 거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는 현실 적응력이 굉장히 높아서 살고 있는 시대의 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잘 살기 위해 전형적으로 행동했을 뿐 스스로 만든 기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죠.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는 토니가 봐도 셜리의 연주는 기가 막혔죠. 그리고 일관되게 사색적이고 진지한 태도의 셜리를 보며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사는 천재'로 인정하고 함부로 재단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셜리를 인정한 토니는 점차 변하게 됩니다. 남부 투어 8주동안 셜리가 가진 삶의 양식을 이해하고 적절한 조언을 하기도 하죠. 또한 소중한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됩니다.
셜리의 삶과 변화
셜리는 고립된 삶을 살아 왔습니다. 클래식을 전공했던 셜리는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을 좋아하고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클래식이 백인 음악으로 받아들여지던 시대에 흑인 클래식 연주자가 설자리는 없었죠. 그래서 셜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밴드 트리오로서 대중음악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버리고 들어선 그 곳은 백인들의 사회였고, 흑인인 셜리는 사회에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셜리는 흑인 사회에서도 배척당합니다. 상류층의 문화인으로 살아가는 셜리는 1960년대 하류층 문화 양식의 흑인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했죠.
셜리는 자신이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세상의 편협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편협함은 무시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가했죠. 그러나 토니를 만나면서 달라집니다. '좋은 것은 좋다, 싫은 것은 싫다'고 표현할 수 있게 되죠.
거기다 고지식하던 셜리는 타인을 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무대는 그동안 하던 '상류층 백인 관객' 앞에서, '최고급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하던, '대중 음악'과는 다르게 '하류층 흑인관객(&토니)' 앞에서 술이 올려져있던 '싸구려 피아노'로 '클래식 음악-쇼팽의 겨울바람'을 연주하는 장면입니다. 이것은 영화내내 셜리가 말하던 자신의 원칙과 상반되면서도 타인을 포용하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제목이 <그린 북>인 이유
<그린 북>이라는 제목은 1936년부터 1966년까지 발행되었던 실제 가이드북 "The Negro Motorist Green Book"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가이드북은 흑인 운전사들이 미국을 안전하게 여행하며 차별받지 않을 장소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이런 책이 있어야만 했다니 당시의 사회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토니와 셜리는 서로의 인생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킵니다. 서로가 인생의 가이드가 되어 준 셈이죠. 그래서 <그린 북>이라는 제목은 당시 사회상을 의미함과 동시에 주인공 간의 관계를 의미하는 메타포입니다.
결론
세계도, 대한민국도 분열되어가는 것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개인주의와 자국우선주의가 만나 굉장한 속도로 사회가 분열되는 것 같아요. 한 쪽이 싸워서 이겨야만 이 분열이 끝나는 것일까요? 그 분열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요? 영화 <그린 북>은 분열과 편협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줍니다.
동시에 이 영화는 재밌기도 합니다. 토니의 유머, 토니와 셜리의 케미, 드라마의 감동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2019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만 봐도 충분한 대중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겠죠. 이번 주말 따뜻한 웃음을 전해주는 <그린 북>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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