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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재미있는 &nbsp;야구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영화 <머니볼>

혁신은 언제나 관행에 비난받는다

 종이가 불에 타면 재가 되죠. 그 과정에서 재를 모두 모아 질량을 재면 태우기 전 종이의 질량보다 작습니다. 왜 그럴까요? 17세기 과학자들은 플로지스톤이라는 물질이 연소 과정에서 방출되기 때문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18세기 후반의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물질이 타는 것은 산소와 반응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할 때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기본도 안되어 있다고 말이죠. 산소 이론이 받아들여지기까지 라부아지에는 수없이 많은 실험과 증거를 내놓아야만 했습니다.

 1912년 제안된 알프레도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은 더 처참하게 비난 받았습니다. 대륙들이 수백만년에 걸쳐 움직인다고 주장한 베게너는 지질학자가 아니라 기상학자였습니다. 그래서 지질학자들로부터 조롱받았습니다. 기본도 안되어 있다고 말이죠. 1960년대 판구조론이 제시되고서야 대륙이동설의 가치가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알프레도 베게너는 1930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자신의 이론이 인정받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경영학과 통계학을 야구에 끌고 들어오다

 <머니볼>은 빌리 빈(브래드 피트 분)이 주도하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자금 부족으로 주전선수들을 다른 팀에 내보내야 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절박한 상황에 처합니다. 에이스를 빼았겼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다른 선수들도 영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죠.

 대안 마련을 위한 팀내 회의는 빌리를 더욱 답답하게 만듭니다. 자신들의 '경험'과 '지혜'를 믿어달라는 팀내 스카우터들은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합니다. 그러던 도중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협상장에서 피터 브랜드(조나 힐 분)를 만납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가치를 수치화하여 '선수를 사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산다'는 그의 전략을 도입하게 됩니다. 이는 선수들의 평가를 전적으로 수치와 데이터에 의존하는 혁신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나이, 외모, 성격, 부상을 비롯해 다양한 이유로 평가절하 당하는 선수들을 데려와 적재적소에 배치하려고 하죠.

 물론 이런 시도는 팀내 스카우터들과의 회의에서부터 비판받습니다. '컴퓨터로 팀을 짤 수는 없어', '야구계에서 몸담은 경험을 믿어야해'는 양반입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해고되면 가게 점원이나 하겠지'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빌리 빈. 이 강행된 혁신의 결과는 좋을지, 다른 문제는 없을지 관전하는 것이 바로 이 영화 <머니볼>의 주된 재미 요소입니다.

 

브래드피트랑 조나 힐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어?

 <머니볼>은 브래드 피트, 조나 힐,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더욱 빛나는 작품입니다. 
 브래드 피트는 주인공 빌리 빈 역을 맡아, 실패와 재기, 그리고 변화를 위한 투쟁의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감정변화 연기를 아주 맛깔나게 수행하죠. 실존인물인 빌리 빈의 행동양식을 정말 유사하게 연기해서 오클랜드의 팬들에게도 극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브래드 피트는 정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자격이 있습니다.
 조나 힐은 피터 브랜드 역을 맡아, 통계적 분석으로 빌리 빈을 지원하는 역할을 연기했습니다. 이제 막 사회 초년 생인 경제학도의 모습, 야구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을 힘주어 말하는 모습, 자신을 인정해주는 빌리 빈을 만나 점차 성장해나가는 모습 등을 훌륭하게 나타냅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표현하였으며, 역대급 섬세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긴장되는 장면에서는 얼굴 근육이 막 부들부들 떨어요. 조나 힐은 필모그래피에 B급영화가 많기 때문에 연기력에서 과소평가받는 지점이 있는데요. 이 배우는 정말 연기를 잘 합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사실 모두가 인정하는 GOAT 배우죠. 그는 아트 하우 감독 역을 맡아, 빌리 빈과의 갈등을 명확하게 그렸습니다. 사실 그가 영화에 등장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할 때마다 관객의 시선을 다 가져가버립니다. 공간이 휜다는 느낌이에요. 몇 번을 봐도 참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

 <머니볼>은 진한 야구 영화이면서도 여러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혁신과 관행 간의 충돌,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져 있습니다. 사실 보수적인 쪽과 혁신을 주도하는 쪽 모두 각자의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죠. 브래드 피트, 조나 힐,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탁월한 연기는 충돌, 두려움, 용기를 아주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주인공 빌리빈은 이런 말을 합니다.

"야구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

그런데 이 영화를 시청하고 나시면 여러분들은 이렇게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 영화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

야구를 좋아하신다면, 관행에 맞서 싸워 승리하는 혁신을 보고 싶으시다면 바로 이 영화 <머니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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