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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는 영화의 재미를 전혀 담지 못했다.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는 2023년 개봉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안타깝게도 누적 관객수 30만명을 채우지 못하고 극장에서 막을 내렸습니다. 판타지 세계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저도 육아하느라 힘을 보태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VOD로 진출한 이 영화를 집에서 시청한 것이 바로 오늘 새벽.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든 생각.
"이거 재미있는데?"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를 추천하는 김에 더욱 더 재미있게 감상하는데 도움이 될 배경 세계관과 이 영화의 장점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영화 보기 전 - 배경 세계관

크리스 파인은 재치있고 입담 좋은 바드 역할을 맡았다.

메인 주인공 에드긴은 도시의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비밀결사 하퍼즈의 전멤버입니다. 하퍼즈는 직역하면 하퍼 연주자들이라는 뜻이고 이 단체의 상징도 하프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보통 하퍼즈 속속 멤버들은 바드(음유시인)로서 첩보활동을 하기때문에 재치있고 화술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에드긴 역시 만돌린 연주자로서 유쾌한 성격과 입담이 매력적입니다. 영화에서 비춰지는 모습만 봐도 화술이 사실상 마술의 영역에 이르렀다고 봐야겠습니다.
극 중에서 하퍼즈의 주요 감시 대상은 레드 위저드라는 단체입니다. 레드 위저드는 테이라는 국가의 지도 마법사 단체를 의미합니다. 보통 판타지 세계관의 마탑을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그런데 왜 마법사들이 감시 대상이냐? 레드 위저드를 이끄는 여덟 학장 중 강령술(네크로맨시, 언데드에 관한 마법) 학파의 학장 '스자스 탐'이 신이 되고자하는 무리한 욕심 때문에 서슴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탓입니다.
에드긴 역시 레드 위저드의 제자들에게 아내가 살해당합니다. 에드긴은 아내를 부활시키기 위해 부활의 서판이라는 아이템을 얻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용감한 전사(바바리안) 홀가, 대마법사 오마르의 혈통인 소서러 사이먼, 사기꾼 포지, 위저드 소피나와 파티를 이루어 모험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에드긴의 딸 키라는 홀로 남겨집니다.
에드긴 파티는 최종적으로 부활의 서판을 얻는데는 성공하지만 에드긴과 홀가가 붙잡힙니다. 그 과정에서 에드긴은 포지에게 자신의 딸인 키라를 부탁하고, 부활의 서판 역시 건네게 됩니다.
영화는 에드긴과 홀가가 붙잡혀있는 감옥탑에서 시작됩니다. 에드긴과 홀가는 감옥탑에서 빠져나가 부활의 서판과 키라를 되찾고자 하는 상황이죠. 이들의 모험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영화 본 후 - 영화의 장점

그동안 평가가 좋지 못했던 판타지 영화들은 방대한 원작 세계관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때 두 가지 실패 양상을 보입니다.
첫째,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구구절절하여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서사가 빈약해집니다. 나레이션을 아주 길게 넣거나 설명을 아주 좋아하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리기도 합니다. 어찌됐건 속도감은 줄어들고 지루해지죠.
둘째, 세계관을 축약하거나 무시하여 원작 팬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킵니다. 판타지라는 장르는 원작이 문학, 만화, 게임 중 무엇이든 간에 매니악한 팬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에게 원작 세계는 신성불가침입니다. 이걸 건드리면 모두 바바리안이 되는거에요.
그러나 <도적들의 명예>는 다릅니다. 아주 명쾌합니다. 특히 제가 아주 영리하다고 느낀 지점은 하퍼즈와 레드 위저드에 대한 정보를 관객들에게 풀어내는 방식입니다. 등장인물간의 대화와 함께 회상 장면이 쓱삭하고 지나가는 방식인데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은 자연스럽게 하퍼즈는 선, 레드 위저드는 악이라는 선악구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덕분에 원작을 전혀 모르는 관객들도 전혀 불편함 없이 영화의 서사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사실 원작 팬들에게 하퍼즈는 좋은 일을 하기도 하지만 위선적인 모습도 많이 보이기 때문에 단순한 선으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레드 위저드 또한 스자스 탐 계열이 아닌 경우에는 비교적 멀쩡한 마법사들도 꽤 있는 편이죠. 그런데 생각해보시죠. 이런 복합적인 사연을 영화에서 다 설명했으면 우리가 이 영화에서 느낀 속 유쾌함, 시원함이 사라졌을 것입니다.
게다가 설명이 구구절절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원작 <던전 앤 드래곤 - 포가튼 렐름>의 설정을 벗어나지 않게 됩니다. 덕분에 원작 팬들도 불편하지 않으며, 오히려 존중 받는 기분까지 듭니다. 일반 대중과 원작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식이라고 봅니다.
 

결론

이 영화는 잘 만들었고 재밌습니다. 꽤 훌륭한 마스터와 함께 TRPG 캠페인을 한 번 플레이하는 느낌이 듭니다. 제작진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느껴지네요. 던전 앤 드래곤 TRPG에도 신규 플레이어가 대거 진입할 것 같습니다.
혹시 TRPG가 낯설거나 거부감이 있지만 던전 앤 드래곤의 세계관을 좀 더 느끼고 싶은 분들은 고전 pc게임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발더스 게이트> 와 <네버 윈터 나이트>가 대표적인 시리즈입니다. <발더스 게이트>의 경우 태블릿pc로도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화의 좋은 평가와는 별개로 앞선 던전 앤 드래곤 영화들이 실패한 업보를 도적들의 명예가 홀라당 뒤집어 쓰는 바람에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dvd, vod 시장에서라도 수익을 많이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아직도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주 vod 한 편 시청 어떠세요? 충분히 만족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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