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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다닐 때 생화학 수업에서 DNA 복제 과정에 대해서 배운적이 있습니다. DNA의 이중나선 가닥을 풀고 DNA폴리머레이즈라는 녀석이 크로모솜(DNA 실가닥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끝에 올라타서 반대쪽 끝까지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DNA를 복제한다고 합니다. 이 때, 안타깝게도 폴리머레이즈는 크로모솜의 끝까지 가지 못해서 DNA를 복제할 때마다 DNA가 조금씩 짧아지는데요. 이론적으로 DNA 복제는 횟수가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
DNA 복제 과정에서 짧아지는 부분의 이름은 텔로미어입니다. 이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인간은 늙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는 돌연변이가 존재할 가능성입니다. 만약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아서 늙지 않는 인간이 있다면, 그래서 적어도 쇠약사 하지는 않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삶을 살아갈까요? 영화 <맨 프럼 어스>는 무려 1만 4000년을 늙지 않고 살아간 인간의 삶에 대한 영화입니다. 벌써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독특한 스토리텔링
<맨 프럼 어스>의 가장 독특한 점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야기의 흐름이나 방식을 뜻하는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이 영화는 정말로 '스토리'를 '말하는(텔링)' 영화라는 것입니다. 주인공인 존 올드먼이 크로마뇽인으로 태어나 1만 4천년 동안 살아온 놀라운 이야기를 동료 대학교수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영화가 진행됩니다. 그래서 영화라기보다는 마치 단편소설을 한 편 읽는 기분이 듭니다.
다양한 주제의 대화
'맨 프럼 어스'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종교, 과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이야기에 녹아 들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대학 교수이고 친구들도 각각 종교, 생물학, 역사, 심리학 교수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를 훑어보는 동안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질문합니다. 친구들의 이러한 질문과 의심은 극을 이끌어나가는 힘이 되고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주인공의 내면
1만 4천년을 살아온 주인공의 심리 상태는 어떨까요? 소중한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살아있는 그는 어떤 마음일까요? 그동안 정말 많은 경험들을 했을 텐데 그의 가치관은 어떤 형태로 자리잡고 있을까요? 이 영화는 주인공 존 올드먼이 가지고 있는 '삶과 죽음', '사랑과 두려움', '지식과 믿음'에 대해 공감하고 생각할 기회를 관객에게 줍니다.
결론
이 영화는 80분내내 쇼파에서 대화하는 모습만 나옵니다. 과거에 대한 회상씬도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인류의 과거를 비춰주는 씬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발생하는 호불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정확하게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죠. 제 추천을 통해서 이 영화를 관람한 지인들도 모두 재미있게 영화를 봤다고 합니다. 본인이 평소 영화, 게임, 만화를 보면서 어떤 '배경 설정', '세계관'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면 <맨 프럼 어스>를 재미있게 볼 확률이 큽니다.
그리고.. 대화만 한다고 해서 지루하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그럴수가 없어요. 주인공 존 올드먼이 1만 4천년간 세계를 다니면서 엄청난 행동들을 하고 다니거든요. 극의 후반부까지 재미와 충격요소가 가득해요. 후반부에 충격을 강하게 받은 제 친구는 '우와..', '재밌었다...'는 감탄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1시간 동안 했습니다. 여운도 강한 영화입니다. 살면서 한 번 쯤은 봐도 좋을 영화 <맨 프럼 어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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